AMD와 인텔 플랫폼이 PCIe 5.0 지원을 발표하고, SSD 제조사들이 해당 규격의 모델 개발을 천명하면서 고성능 SSD를 원하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설래게 하고 있다. 지금 8GB/s에 달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PCIe 4.0 SSD보다 두 배 빠른 최대 16GB/s의 성능이 기대되는 만큼, 더 빠른 성능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눈이 반짝일 수 밖에 없는 것.
PCIe 4.0 SSD처럼 초반 제품은 인터페이스 한계와는 거리가 먼 성능을 내주겠지만, 그럼에도 PC 좀 만져봤다고 자부하는 사용자라면 신제품에 설래는 마음은 감출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PCIe 4.0 SSD도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와중에 PCIe 5.0 SSD는 그보다 비쌀 것이 확실하고, 출시 시기를 기약할 수 없는 제품을 무작정 기다리기도 애매하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으로 눈 돌릴 수 있는 고성능 SSD를 꼽자면 PCIe 3.0 SSD 규격의 제품을 들 수 있다.
PCIe 규격이 업데이트되면서 성능이 두 배씩 뛴다지만 그것도 연속 읽기/ 쓰기와 같이 대용량 단일 파일을 다루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되고, 게임이나 웹 서핑, 프로그램 실행과 같이 자잘한 크기의 자료를 다루는 일상적인 용도로 중요한 4K 성능은 PCIe 버전에 무관하게 제품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래서인지 다나와 같은 가격비교 사이트에 인기 순위를 보면 SK하이닉스의 골드 P31과 같은 PCIe 3.0 인터페이스 기반의 SSD가 상위권에 랭크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비자용 고성능 SSD 시장 진입이 늦은 SK하이닉스의 골드 P31 SSD가 앞서 출시된 제품들을 제치고 인기 제품 상위권에 랭크된 것이 눈에 띈다.
마침 PC 업그레이드하기 적절한 3월이고, 아직도 PC 성능 병목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만큼 적절한 업그레이드로 체감 성능 개선을 크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토리지다.
국내 출시된지도 이미 해를 넘겼지만, SK하이닉스 골드 P31이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어떤 연유인지 점검해 보자.
SK하이닉스의 골드 P31은 PC 시장에 라이젠 3000 시리즈와 함께 PCIe 4.0 SSD가 등장한 2019년 7월 이후 약 1년 뒤인 2020년 8월 정식 발표되었다. 그만큼 PCIe 3.0 SSD 시장이 성숙한 상황에서 나온 만큼 연속 읽기/ 쓰기 성능 자체도 최상급이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골드 P31이 주목받은 핵심 이유는 앞서 언급한 4K 성능 덕이다.
골드 P31 출시 당시 고성능 SSD의 주력으로 떠오른 1세대 PCIe 4.0 SSD에 비해서도 4K 성능이 크게 뒤쳐지지 않은 것. 연속 읽기/ 쓰기 성능이나 멀티 태스킹 환경을 고려한 QD32 성능은 PCIe 4.0 SSD 대비 부족한 면이 있지만, 한 번에 하나의 작업, 즉 게임이나 웹 서핑, 문서 작업 등의 작업을 하는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에게 중요한 4K 랜덤 읽기 쓰기 성능이 거의 동급이거나 뛰어나다.
때문에 대용량 파일의 연속 읽기/ 쓰기 작업 빈도수가 높지 않은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성능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운데다 상대적으로 비싼 PCIe 4.0 SSD 대신, 합리적 가격에 더 높은 체감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SK하이닉스 골드 P31 모델에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해외 테스트 자료에 따르면 전력 당 성능이 상위권으로 확인되었다. 데스크탑 사용자라면 특별히 중요하지 않은 지표겠지만, 배터리 사용 시간에 민감한 노트북 사용자에게는 골드 P31의 성능과 더불어 크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다.
PCIe 4.0 SSD에 비해 느릴 뿐 연속 읽기 쓰기 성능도 PCIe 3.0 SSD 기반 제품 중에는 최상급이라, 대용량 컨텐츠 크리에이터를 비롯해 높은 컴퓨팅 성능이 요구되는 PC 사용자들도 만족시켜 줄 수 있다.
처음에는 국내 출시되지 않아 보드나라에서도 해외 직구를 통해 샘플을 확보해 테스트했으나, 이후 해가 바뀌며 국내 출시되어 간편하게 서비스 받을 수 있게되자 고성능 SSD를 찾는 사용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초기 1TB와 500GB에 그쳤던 라인업이 지난해 2TB로 확대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보드나라 베스트 어워드를 수상하였다.
한편, 출시 초기 국내 출시 전 골드 P31은 흔히 보급형 메모리에 쓰이는 초록색 PCB가 사용되었다. PCB 색상이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PC 사용자들의 인식에 박힌 보급형이라는 선입견을 주기 쉬운 약점이었다. 구체적인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녹색 PCB에 대한 선입견 타파를 위해 국내 정식 출시 이후 제품의 PCB 색상을 검은색으로 바꿨다.
기존 드라이브에 설치된 OS와 각종 프로그램을 재설치 없이 그대로 옮겨 담을 수 있는 마이그레이션 툴도 제공해 번거로운 작업을 덜어주었다. 상당수의 제조사들이 설치 후 실행되는 방식을 택한 것과 달리, SK하이닉스에서 제공되는 마이그레이션 툴은 실행파일 단독 방식이라 프로그램 설치에 부담을 느끼는 PC 이용자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
추가로 드라이브 상태 확인과 손쉬운 펌웨어 업데이트 지원을 위한 관리 프로그램도 지원되어 사용자들이 손쉽게 문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5년 무상 서비스를 지원해 장기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SK하이닉스가 골드 P31 시리즈로 고성능 SSD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전에는 소비자 시장에 이렇다할 제품을 선보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력은 옅지 않다.
SK에 인수되기 전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가 1983년부터 종합 가전 기업으로 반도체 시장에 진출한 것을 감안하면 거의 40년 가까이 역사를 이어온 것. 게다가 소비자 시장에서는 2012년 중순 SATA 타입의 SH910을 내놓았다. 당시 제품에는 한참 서드파티 SSD 컨트롤러 시장을 재패하다시피한 샌드포스의 것이 들어갔지만, 낸드 플래시는 25nm 공정의 SK하이닉스 MLC 타입이 사용되었다.
SK하이닉스는 비슷한 시기에 미국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업체인 LAMD를 인수하며 SSD 시장에 진심임을 드러냈는데, 이후 자체 낸드 소비자 시장보다 엔터프라이즈 제품 위주로 제품을 내놓았고, 세계 최초로 128단 낸드 플래시 기반 SSD인 골드 P31을 내놓으며 소비자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과시한다.
NVMe SSD인 골드 P31 시리즈와 함께 2.5" SATA 타입의 골드 S31 시리즈에는 자체 컨트롤러가 쓰였는데,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10년 전 인수한 업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선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에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 2020년에는 인텔의 낸드 사업부까지 인수하며 내실을 강화하고 SSD 시장에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1단계 인수 절차는 지난해 완료되었고, 2025년 3월로 예정된 최종 인수가 완료되면 낸드 사업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그림자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SK하이닉스 역시 반도체 기술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기업이다.
지금은 일반 사용자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졌지만 라데온 RX Vega 시리즈에 탑재된 HBM(High Bandwidth Memory)과 HBM3 메모리, DDR5 DRAM을 처음으로 개발하였고, LPDDR4 상용화도 세계 최초로 이루는 등 반도체 분야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양사의 경쟁은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도 이어져 오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진입이 늦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골드 P31 시리즈로 40년 내공과 글로벌 반도체 기업 탑 3 중 한 곳의 명성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능을 인정받은 골드 P31 시리즈로 소비자용 고성능 SSD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PCIe 4.0으로 인터페이스가 업그레이드된 플래티넘 P41 시리즈를 예고했다.
함께 공개된 스펙에 따르면 연속 읽기/ 쓰기와 랜덤 읽기/ 쓰기 모두 현재 시장에 판매 중인 최상급 PCIe 4.0 NVMe SSD 이상의 성능이 기대되고, 쓰기 수명인 TBW도 뛰어난 수준이다.
물론 실제 성능은 작업 종류와 시스템 조합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스펙과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골드 P31 시리즈로 인정받은 SK하이닉스의 후속 모델인 만큼 커뮤니티에서도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후 인텔에 이어 AMD까지 PCIe 5.0 기반으로 재편되는 연말에는 SK하이닉스가 또 어떤 소비자용 SSD를 내놓을지 기대된다.
이상호 기자 / ghostlee@bodn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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